박사들의 취업 전략
얼마전에 상당히 재미있는 글을 읽어서 bookmark를 해놨는데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도 관심을 가지실거 같아서 여기서 공유하고자한다. 내 주위에는 박사 (특히 공학 박사)들이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는 본인들이 정말로 학문을 좋아해서 박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하다보니 박사까지 하게된 인간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4년 학부만하고 학교를 떠나서 사회로 진출하는게 조금 두려워서 그냥 2년 석사 공부를 더 하면서 앞으로 뭐를 할지 고민을 하였고, 석사를 하다보니 그냥 내친김에 박사까지 해야겠다 하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그냥 학교 연구실에서 교수 시다바리하면서 5-6년을 보낸 사람들도 많다. 주로 이런식으로 시간을 때운 사람들은 해외 박사들도 있지만 국내 박사들이 더 많은거같다 (no offense guys!).
어찌되었던간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문제는 이제 졸업하고 뭐를 해야하는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하였는데 academia로 모든 박사들이 진출하기에는 교수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대기업 연구실에 들어가는것도 엄청나게 피튀기는 경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거보다는 다른데 있다.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거의 10년 이상을 대학교 연구실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지만 그들도 보고 들은게 있는지라, 교수나 연구원이 되는거보다 아싸리 비즈니스 세계로 진출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조금은 더 멋지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나한테 이와 관련된 고민과 질문들을 하는 박사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 친구는 공학 박사를 받은 후에 맥킨지에서 컨설팅을 하는데 돈도 많이 벌고 출장도 자주 다녀서 저도 하고 싶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의도 증권사에 취직하였는데 제가 공부한 지식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적용을 하는 거라서 은근히 재미있을거 같네요.”와 비슷한 부류의 질문들이다. 문제는 - 어떻게 평생을 연구실에서 공부한 해온 박사들이 비즈니스 세계로 career change를 할 수 있을까?
평생 공부만 해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을 뛰쳐나아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조언을 Bilal Zuberi는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상당히 유용한 충고를 주고 있다. Bilal Zuberi는 MIT에서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의 지도교수는 1995년도 노벨 화학 수상자인 Mario Molina 교수이다. 물리학 자체도 어렵고, 화학도 어려운 분야인데 물리화학이란...정말 미스테리어스한 학문일거 같다. 그는 졸업 후에 학계쪽으로 진출하지 않았고 경영 컨설턴트로써 일을 하다가 직접 창업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 기업에 투자를 하는 동부 Cambridge에 위치한 General Catalyst Partners에서 VC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독특하고 부러움살만한 백그라운드 덕분에 Bilal은 하루에도 대학원생, 포닥, 연구원 심지어는 교수들로부터 기술적인 직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분야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메일을 여러통 받는다고 한다. Bilal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대부분의 과학자/공학자들이 계속 기술적인 분야에 남아줬으면 하는 그의 개인적인 바램이 있지만, 평생을 연구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일보다는 즉시 결과와 피드백이 생성되는 비즈니스 세계를 동경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지금까지 공부한거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거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그는 생각을 한다. 여기 그가 제시하는 몇가지 insightful한 포인트들을 소개하겠다:
1. 공학박사과정 학생들도 MBA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야한다. 시간날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하고 싶은 분야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주위 친구들이나, 동문들과 이야기를 함으로써 과연 나한테 맞는 진로인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해라.
2. 박사학위를 받는 5년뒤를 계획하기 보다는 내년을 보고 단기적으로 계획을 지속적으로 세우고 수정해라. 그리고 내년에 내가 뭐를 하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지금 뭐를 해야할지를 고민해라.
3. 남들보다 뛰어난 공학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대부분의 공학 박사들은 일반인들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너무나 많은 박사들이 비즈니스 분야로 진로를 바꿀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과는 너무나 무관하고 막막한 분야만을 찾는다. 나노기술쪽으로 공부를 하였다면, 나노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를 찾는게 당연한것인데 호텔 경영이나, 영화 제작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능력을 왜 자꾸 부인하고,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수년동안 훈련을 받고 실력을 다듬은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경쟁을 하려고 하는가? 과학/기술/공학 백그라운드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부채가 아니라 아주 훌륭한 자산임을 숙지해라. 물론, 이러한 박사학위를 유용한 자산으로 만드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몇가지 기술이나 능력을 재적용 해야한다. 비즈니스나 경영전략의 세계에서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있는 분야는 주로 analytical thinking, rigorous frameworks, hypothesis driven approach와 quantitative skill이다.
4. 특정 job에 딱 맞는 사람들이 있다고 정의하는건 너무 극단적인 발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job을 수행하려면 도움이 되는 유리한 성격과 기술들이 있다. 내가 이런 job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내 친구들과 지인들한테 물어보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투자은행: 사교적이고 팀웍을 중시하며 무엇보다 하루에 20시간씩 일할 체력이 있어야한다.
-경영 컨설팅: MBTI ‘A’형 성격. 사교적이며 분석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Entrepreneurship: 기술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굳이 사장이나 경영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technical co-founder로 시작하고, 비즈니스 co-founder를 찾으면 된다.
-대기업 임원: 기술적인 내용들보다는 사람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5.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학교다닐때 경제, 금융 또는 경영관련된 수업을 들어야하냐고 물어본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나의 짧은 대답은 “No”이며, 긴 대답은 “Maybe. 그렇지만 매우 신중하게 과목을 선택해야한다” 이다. 예를 들어서, 경영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 굳이 학교에서 전략, 회계학, 또는 금융 관련된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기술과 지식은 어차피 일을 하면서 배우는것들이다. 오히려 리더쉽, 팀웍과 조직 행동론과 관련된 수업이 경영컨설팅에 도움이 될것이다.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매우 한정된 지식이기 때문에 실제 일할때 field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훈련을 해야하는 부분은 남이 가르쳐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백업할 수 있는 framework을 만들 수 있는 그러한 사고방식인데 이런 기술들은 대부분 책으로 배울수 없으며 몸으로 부딪히면서 현장에서 배워야한다.
6. 네트워킹을 많이 해야한다. 과학자나 공학도들한테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할 수 있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하는 절차이니 이왕 하려면 기분좋게 제대로 하는게 좋다. 네트워킹에 대해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바로 네트워킹 자체만을 위한 네트워킹은 삼가하는게 좋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하면, 채용 관련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그 행사에서 의무적으로 아무랑 악수하고 인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감동시켜서 직업을 구하는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너무 그 목적에 충실할 필요는 없다. 좋은 행사에서 친구 몇명 더 만드는 셈 치고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해야한다. 특히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라. “기술” 외에 그와 관련된 시장 동향이나 재미있는 사실이나 일화를 가지고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면 아주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것이라고 장담한다. 가령,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태양열 전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면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어떤 업체들이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분야에 투자를 하려면 어떤 점들을 잘 고려해야하는지 등과 같은 조금은 더 “재미있는” 사실들을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이름만을 말해주는 과정을 밤새도록 반복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7.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 보다는 상대방에게 “강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상대방은 당신이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보다는 당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마치 머리에 들어있는 5년동안 쌓인 지식을 상대방의 머리에 한방에 쏟아부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네트워킹 또한 삶의 한 부분이며, 나 못지 않게 상대방도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누군지를 남들한테 알려주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자기자랑만 하지 말고, 상대방한테도 말할 기회를 좀 주는게 중요하다. 본인 소개를 하고 상대방이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거리를 미끼로 던져봐라. 가족, 자녀들, 학교, 운동, 정치 등등…
8. 앞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공부한 기술은 남들과 나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마라. 자신의 전공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장 인터뷰를 할때 이러한 점을 잘 강조해야한다. 5년 동안 학교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었으며, 이 기간 동안 내가 뭘 배웠는지 인터뷰어한테 이해하기 쉽게 말해줘라. 박사 과정의 좋았던 경험들과 (굉장히 많이 있을것이다) 이때의 경험이 어떻게 나와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강조해라. 솔직히 말해서 MBA들의 인생 이야기는 대부분 똑같다. 은행에서 근부하거나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자기 계발을 위해서 학교로 왔다는…그렇지만 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이와는 달리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과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을 팍팍 강조하면서 나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이 어떻게 이 회사 미래의 매출과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데로 논리적으로 답변을 하면 상대방이 무쟈게 감동 받을것이다.
Bilal의 조언은 여기까지이다. 여기에 내가 한가지의 조언을 더 더하자면...채용과 인터뷰 과정은 영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이니 만큼 끈기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끝을 볼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회사와 채용이라는게 분명히 언제 어디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들 사이에 진행되는 프로세스이다. 즉, 오늘 인터뷰하였는데 별로 맘에 안들었던 사람을 같은 회사에서 미래에 다시 인터뷰할 수 있고, 인터뷰 담당자가 다른 회사로 옮긴후에 다시 나를 찾을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들은 이 사람이 굳이 맘에 안들어도 눈앞에서 바로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없다. 그냥 계속 밍기적 거리면서 일단 자기의 후보 리스트에 담아두었다가 향 후 기회가 생기면 연락을 다시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애타는 시추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인터뷰를 하였으면, Yes/No 확실한 대답을 들을때까지 그 사람을 괴롭혀야한다. 이건 나 스스로의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상대방한테도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고 매우 진지하게 이번 기회에 임하고 있다는걸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수 있는 기회이다. 만약에 대답이 No라고 한다면 왜 내가 채용이 안되었는지 그리고 다음 기회에 이 회사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피드백을 반드시 요청해라.
언젠가 직장을 구함에 있어서 매우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박사 친구한테 이런 말을 하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좀 구차하지 않냐…박사까지 받았는데 그런식으로 구걸하다시피 사람을 보채는게 상대방한테 좀 negative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거 같은데...솔직히 나도 좀 쪽팔린다...”
그 친구는 결국 1년 넘게 직장을 구하다가 얼마전에 정말로 가고 싶지 않았던 연구소로 “할수없이” 취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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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박사과정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주변 박사과정 학생들의 애환을 함께하곤 하는데
이 글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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